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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감별人 #6(무기력과 함께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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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감별人 #6(무기력과 함께 살아가기)
  • 이지현 보호관찰위원(심리상담사)
  • 승인 2019.11.14 0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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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남을 아는 아름다운 삶의 기초 작업
이지현 보호관찰위원(심리상담사)
이지현 보호관찰위원(심리상담사)

무기력은 약간의 힘이 빠지고 의욕이 없는 정도로 여겨질 경우 별 일 아닌 듯이 간과하고 살아갈 수 있기도 하지만 우리 삶을 조금씩 갉아 먹으며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잠식하고 일상을 먹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하다가 한 시간 두 시간이 흘러버려 잠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 내가 한 실수들로 인해 작아져 버리는 경험으로 현재의 일을 놓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생각으로 삶의 의욕이 옮겨가 버리는 경우는 누구나 경험해 본 일일 것이다. 지난번 언급했듯이 이러한 무기력을 막고 제어하는 방식보다는 그러한 나의 마음상태를 알아주는 것이 필요한데 무기력한 마음을 대하는 보다 뾰족한 해결방안의 묘수가 없을까 고민해보게 된다.

현대 의학이 발달해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암 발병률은 여전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통계치를 보여주고 있다. 암을 이겨내고 있는 분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보자면 암과 함께 그냥 생활하고 있다는 덤덤한 대답을 하실 때가 많다. 이런 제품이 좋다거나 이 병원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는 의견들은 여러 갈래로 갈리지만, 암을 자신의 몸보다 하수로 여기고 병을 다스리는 경지의 분들은 암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운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기력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이상한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강력한 감정을 가지고 무기력으로 몰아갈 수 있는 절망을 막아내거나 물리칠 수 없는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안 해보려고 노력해보면 안다. 무기력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던 내담자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독수리는 폭이 넓고 긴 날개를 직선에 가깝게 쭉 펴고 날개를 편 채 기류를 이용하여 날아다닌다. 독수리에게 더 잘해내려고 발버둥 치거나 실수 하지 않으려고 힘을 주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알고 있는 훈련된 방법으로 기류에 몸을 맡길 뿐이다. 우리도 자연의 섭리를 우리 삶에 반영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무기력하고 싶은 마음이 몰려올 때 그럴 수 있어 라는 자기만의 이해가 대수롭지 않게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다만 강력한 절망이라는 감정과 손잡지 않도록 잘 다독여 주는 것은 필요하다. 엄마가 사랑하는 아이가 뜨거운 것을 집으려고 할 때 부드럽게, “안돼~요 그건 뜨거워서 아야해요!”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지금 한번 본인에게 말해주면 어떨지..“아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구나".. 우리 조금만 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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