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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없는 발전은 없다’ 경북안동중 지승현 감독의 육성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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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없는 발전은 없다’ 경북안동중 지승현 감독의 육성론
  • 경기포커스
  • 승인 2019.10.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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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안동중학교를 이끄는 지승현 감독은 지난 8월 끝난 제55회 추계한국중등축구연맹전에서 사상 최초로 고학년부와 저학년부 동시 우승을 차지했다. 고학년이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건 2005년 이후 14년 만의 쾌거다. 지 감독은 “지속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며 기뻐했다.

지승현 감독은 안동중 최초로 모교 출신의 경기인 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지역색이 강한 안동에서 지 감독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주변의 기대만큼 부담감도 컸지만 그는 2009년 부임 이후 10년 만에 기대에 상응하는 성과를 냈다.

1974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안동으로 이사해 안동영가초-안동중-안동고를 졸업했다. 대학(경일대)과 프로(대전시티즌) 무대까지 경험했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만 26세이던 2000년에 일찍 선수 생활을 그만 둔 그는 다시 안동으로 내려와 이듬해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안동초 감독, 안동고 코치를 거쳐 2009년 2월 안동중 감독으로 부임한 그의 앞에는 척박한 땅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어려움에 맞닥뜨리자 사그라들던 그의 승부욕이 다시 살아났다.

시간을 투자하다 : 선수 찾아 삼만리!

지 감독이 부임하던 2009년 안동중 축구부는 형편 없었다. 당시 25명 정도로 운영되던 안동중은 전국대회에 나가면 다른 팀들이 서로 붙고 싶어서 안달일 정도였다. ‘1승 먹이’였기 때문이다. 선수단 내부적으로는 실력은 있지만 말썽을 일으키는 선수들이 아무 제재 없이 경기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 감독은 아무리 좋은 훈련을 시켜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부임 후 두 달 동안 15명 가량의 선수를 물갈이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초창기에는 정말 미친 듯이 전국을 돌아 다녔어요. 가능성 있는 선수를 한 명 찍으면 길게는 한 달까지 쫓아다녔습니다. 선수 부모님이 저를 피해 다닐 정도로 따라다녔어요. 집요하게 매달리니까 A급 선수는 아니더라도 가능성 있는 아이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은 선수를 보러 가면 아무리 먼 거리를 운전해도 전혀 힘들지 않아요.”

선수단 정비를 마친 지 감독은 곧바로 그해 전국대회 4강에 오르며 실력을 입증했다. 차츰 시간이 흐르자 전국대회 저학년부에서 우승 트로피도 들었고, 주말리그에서는 포항 산하 유스팀 포항제철중을 꺾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변에선 ‘잠깐 반짝하고 말겠지’라며 안동중의 성과를 과소평가했지만 꾸준히 성적을 내자 도움의 손길이 늘어났다. 특히 학교 측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프로 산하 못지않은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좋은 훈련과 선수도 중요하지만 시설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와 지역사회에 줄기차게 인프라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숙소, 운동장, 조명시설, 버스 등 프로 산하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올해 말에는 학교 안에 풋살장과 2층짜리 학습관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이죠.”

안동중에는 총 5명의 코칭스태프가 있다. 지 감독과 수석코치, 2학년 코치, 1학년 코치, 골키퍼 코치가 학년별 맞춤교육을 시킨다. 일반 학원 팀 입장에서 유지하기 힘든 규모지만 지 감독은 이 체제를 2015년부터 고수하고 있다. 학년별 맞춤교육을 시킨 이후로는 매년 결승에 진출하는 팀이 됐고, 올해는 추계연맹전에서 고학년부와 저학년부 동시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도자가 5명이라 인건비 부담이 있지만 저희는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학교 1,2학년은 축구 인생의 ‘골든 타임’이에요. 우리 학교는 1,2학년 합쳐서 30명 가까이 되는데 이들을 지도자 한 명이 가르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공도 커지고, 운동장도 커져 선수들이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년별 코치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동중은 매일 오후 2시간 가량 팀 훈련을 진행한다. 이때 코치 4명이 학년과 포지션을 분담해 다각적인 훈련을 진행한다. 모든 선수가 한 운동장에서 같이 훈련하지만 각 학년 별로 훈련 내용은 다르다. 야간 훈련도 1시간 하지만 선수들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아 보강하는 형식이다.

1학년은 무조건 드리블이 우선이다. 1학년은 팀 훈련을 1시간 20분 정도 하는데 1인당 1개씩 볼을 가지고 드리블 훈련을 한다. 단순히 콘을 세워놓고 통과하는 훈련이 아니라 상대방을 두고 실전처럼 하는 일대일 훈련 위주다. 2학년이 되면 특성화 훈련에 집중한다. 돌파 능력이 좋은 선수는 돌파 후 슈팅 훈련을 하고, 키가 커 헤더 능력이 뛰어나면 헤더를 활용한 다양한 플레이를 마스터하는 식이다. 그리고 3학년이 되면 부분 전술과 팀 전술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이러한 개인별, 학년별 맞춤훈련에 학부모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일군 지 감독의 남은 목표는 국가대표 선수 배출이다. 이미 A대표팀 수비수 박지수(광저우헝다), 연령별 대표 출신 미드필더 여봉훈(광주FC)을 배출한 지 감독은 “모교인 안동중에서 굵직한 선수가 나오게 하고 싶다. 국가대표 선수를 만들 수 있도록 더 좋은 시스템과 지도력을 갖춰 나가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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