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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있는데 GK가 세트피스 가담?’ 눈길 끄는 장훈고의 이색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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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있는데 GK가 세트피스 가담?’ 눈길 끄는 장훈고의 이색전략
  • 신용섭 기자
  • 승인 2021.08.09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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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고 골키퍼 한태희가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하자 상대 수비수 두 명이 막아서고 있다.

[서울포커스신문] 축구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상황이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 나와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보통 골키퍼가 상대 골문 앞에 서 있는 경우는 팀이 지고 있는 경기 막판 동점을 노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기고 있는 팀의 골키퍼가, 경기 막판도 아닌데 공격에 가담하는 희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훈고였다. 장훈고는 지난 7일 남해스포츠파크 바다구장에서 열린 2021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겸 제76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후반 11분 터진 윤태민의 결승골을 잘 지켜 강릉중앙고를 1-0으로 이겼다.

그런데 장훈고가 1-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나왔다. 후반 중반 장훈고의 코너킥 상황에서 195cm 장신 골키퍼 한태희가 자기 골문을 비우고 강릉중앙고 골대를 향해 뛰어오는 것이었다. 지고 있는 팀이 경기 막판에나 감행하는 모험수가 경기를 앞서고 있는 팀에서 나온 것이다. 필자가 직접 눈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아 실소가 터져 나왔다.

경기 후 윤종석 장훈고 감독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윤 감독은 골키퍼의 세트피스 가담에 대해 “동계훈련부터 준비한 우리 팀의 전략”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윤 감독의 머릿속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일회성 전략이 아니라 시즌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경기 막판이 아닌 상황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략을 사용해 한태희가 후반 초반에 골을 성공시킨 적이 있다. 지난 7월 열린 백록기 대회 용호고와의 경기에서 0-0이던 후반 9분 한태희가 세트피스에 가담해 헤더골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이 골을 기점으로 대량 득점이 터지며 장훈고가 4-1로 이겼다.

윤종석 장훈고 감독은 골키퍼의 세트피스 가담을 시즌 전부터 준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위험 부담이 큰 작전인 만큼 면밀한 준비는 필수다. 윤 감독은 “아무래도 골키퍼가 올라온 상황이라 수비 대책도 그에 맞게 철저히 세웠다. 아직까지 골키퍼가 공격 가담한 상황에서 한 번도 골을 허용한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상대 팀이 부담스러워한다. 수비수들이 한태희에게 쏠리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연결돼 골이 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굳이 팀이 앞서는 상황에서 모험을 감행할 이유는 없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가 궁금했다. 윤 감독은 “한 세상 재밌게 축구해야죠”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동명초 감독 시절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조수혁(울산현대)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골문으로 올렸고, 그때 수혁이가 득점상을 받기도 했다”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작전을 직접 수행하는 골키퍼 한태희의 기분은 어떨까. 경기 후 만난 한태희는 “(나의 세트피스 공격 가담은) 우리의 전술이다. 지난 백록기에서도 올라가서 골을 넣었다”며 이런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송경섭 감독이 이끄는 U-16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는 한태희는 “대표팀에 갈 실력은 아닌데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훈련해보니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번 대회 각오에 대해 그는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공중볼 상황은 자신 있다. 8강에서 가장 강한 영생고와 맞붙는데 만약 이긴다면 훨씬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훈고와 영생고의 8강전 경기는 9일 오후 8시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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